오키나와, 그리고 다문화 공생(4) Okinawa and Multiculturalism (4)
원문: 일본어
원문 게시일: 2014년 8월 2일
번역자: rion
7월 21일 점심때 즈음, Pink Dot Okinawa가 열리는 국제거리의 덴부스로 향했다. 덴부스 광장은 오키나와 나하(那覇)의 메인 스트리트 한 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도쿄(東京) 시부야(渋谷)의 스크램블 교차로같은 곳이다.
광장에 가까워지자 나하 다이코(북) 소리가 길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핑크 텐트와 집단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
광장은 이미 핑크색 물결로 가득차 있었다. 안 쪽의 레인보우 스크린에는Pink Dot Okinawa의 캐릭터 ‘핑크마~루’가 보였다. 나하 다이코 소리에 심취해 있는 동안 개회 선언이 시작되었다.
개회 선언이 일본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진행된 것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후의 행사도 모두 두 언어로 진행되었다. 해외에서 온 참가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싱가폴Pink Dot 관계자, 그리고 대만과 홍콩에서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날 스케줄은 다음과 같았다.
나하 다이코, 개회 선언, 미니 라이브, 드랙 퍼포먼스, Living Together 등의 라이브, 오키나와 출신 남성과 미국인 남성 커플의 귀향 결혼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 사진 촬영이 있었다.
이번 귀향 결혼식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는 두 사람을 위해 Pink Dot 실행위원회가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기부금을 모아 실현된 결혼식이다. 도쿄나 오사카(大阪)가 아닌 가족 의식이 강하다고 알려진 오키나와에서 동성혼을 실현함으로써, 지방에 거주하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을 격려하려는 취지이기도 하다.
결혼식 중 소나기가 내려 모두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회장에는 아무도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까지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조금씩 구름이 걷히자,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사랑의 서약과 함께 키스를 했을 때는 모두가 스테이지 앞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이벤트가 끝나고 며칠 후, Pink Dot Okinawa 실행위원회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스나가와 히데키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Pink Dot는 ‘관객’과 ‘참가자’로 나뉘어지기 쉬운 LGBT 퍼레이드와는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라고 한다. 오키나와 사람들, 다른 지방의 사람들, 그리고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교류하고 떠나간다. 퍼레이드처럼 권리를 찾기위해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스트레이트 앨리(Straight ally, LGBT를 지지하는 이른바 이성애자, 혹은 정신적인 성과 신체적인 성이 일치하는 사람)를 포함하여, ‘열린 마음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설명하였다.
나는 그 말에 감명을 받았다.
‘성소수자’에 관한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에도, 여러 입장과 생각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혼인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번 동성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나도 알 수 없다. 그리고 대만에 사는 레스비언 여성도, 도쿄에 사는 게이 남성도, 오키나와에 사는 LGBT 자녀를 둔 부모도, 생각하는 것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이번Pink Dot Okinawa에 참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자리에 모여 하루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대화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단순하지만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연수와 Pink Dot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좀 더 오키나와와 관련된 일을 함께 해나가고 싶다.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키나와라는 땅에 ‘니훼-데-비루(오키나와 본도 말로 감사하다는 의미)’한 마음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