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현 모 지역사 편찬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후편)
원문: 일본어
원문 게시일: 2017년 5월 21일
번역자: rion
airi입니다.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듣는 쪽의 선입견/ 전하는 쪽의 노력
체험자는 당시 자신의 행동이나 보고 들은 일들을 누구에게 전하려고 하는 걸까. 오키나와 전투 체험에 대해 듣거나 읽으면서, 마치 상관에게 보고를 하는 소년병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추 ‘보고’를 끝내고나면, 그제서야 눈 앞에 있는 듣는 사람(나)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그 순간, 말문이 막힌듯 잠깐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체험자는 과거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듣는 사람(나)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겨우 30분이나 한 시간 정도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렇게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환기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이야기를 해주고 계셨구나, 하고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이전까지의 나는 그냥 멍하니 있었던 걸까.
‘그 때’를 전하려는 분들 앞에서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물론 ‘그 때’를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체험자들도 많이 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힘들다’, ‘밤에 잠을 못잔다’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떠올리기도 싫은 경험을 (어쩌면 반 강제로) 캐물어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오키나와 전투에 관한 증언을 기록해나가고 있는 걸까.
◎수용하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는 ‘전쟁 체험’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사건의 한 증거로, 역사의 당사자로, 희생자들의 대변자로, 자손 또는 가족으로, 아이덴티티 계승의 일환으로…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알아 차릴 수 있는가 없는가.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우리는 이 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언젠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내 주위에도 전쟁을 체험한 분들이 있다. 전쟁의 기억 속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아직까지 현역으로 밭일을 하시거나, 때로는 취미 생활로 노래방에서 한바탕 즐기시거나, 또 어떤 때에는 지역 전통 예능의 리더를 담당하시는 등, 지금도 커뮤니티에서 활약하고 계시다. 그 중에는 휠체어 생활을 하시거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그냥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목소리와 표정, 손짓, 발짓을 동원해 열심히 옛날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런 이야기 속에 전쟁 전후의 기억이 일부 들어있기도 하다. 이렇게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은 나에게 오키나와 전투를 기록하고 배우기 위한 원동력이 된다. 그 전쟁과 지금의 나를 연결하기 위한, 그리고 미래로 이어나가기 위한 희망, 이를 위해 살아서 존재해주는 듯한 그런 안심감도 느껴진다.
그 전쟁은 무엇이었나, 왜 다시 반복되고 있는가. 그 답은 알 수 없는채로, 기지 철거가 실현되지 못한 경위도 현실도 답답함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안전한 곳에서 대화를 통해 과거와 마주하고, 가능성을 찾아낼 수는 없을까. 기록과 편집 작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믿고 눈을 크게 뜨고 생활 속을 둘러보며, 여러 목소리들을 듣고 싶다.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기 위해.
(왼쪽) 현재 ※Google Earth (오른쪽) 본도 상륙 전 1945.3.24 ※오키나와현 공문서관 소장(*일본어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