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일본인 이주지 산후안: 즐거운 식생활
원문: 일본어
원문 게시일: 2016년 6월 22일
번역자: rion
산후안에 온 지 벌써 1년이 되어가지만, 먹는 것 때문에 고생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저는 학교의 교원 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 집을 빌리면 대부분 최소한의 가구와 가전 제품, 조리 기구 등이 갖춰져 있다고 합니다. (없는 경우에는 교섭이 가능)
제 경우에는 거기에 식품류까지 준비해 주셨습니다.
‘와서 바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긴 했는데,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런 마음 씀씀이에 안심했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준비해주신 것은 ‘일본쌀’이라고 적힌 산후안산 쌀, 일본 빵집에서 수련한 분이 만드신 부드러운 빵, 수제 미소(된장)와 혼다시(*일본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다랑어포맛의 과립형 조미료). 그 외에도 채소와 각종 조미료 등도 준비해 주셨습니다.
산후안의 중심지에는 일본계 분이 경영하시는 작은 가게가 네 곳 정도 있는데, 그곳에서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나 한국, 중국의 수입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컵라면은 35Bs(약5,000원 정도), 고형 카레는 80Bs(약 12,000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현지 컵라면이 5Bs인 것에 비하면 역시 수입 제품은 꽤 비싼 고급품입니다.
또 일본계 분이 수확한 무농약 채소(일본에서 재배되는 것과 같은 가늘고 긴 오이나 가지)나, 수제 낫토, 수제 채소 절임, 맛술, 소금누룩 등을 살 수 있습니다. 또 고로케나 만두 등 수제 냉동 식품도 있습니다.
모두 일본인 입맛에 맞는 제품들이어서 맛있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에서는 이 제품을 누가 만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수제 제품을 이렇게 많이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뿐입니다. 일본에서 수제 맛술이나 미소(된장), 두부, 낫토를 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일본계 분이 경영하는 레스토랑도 몇 곳이 있는데, 돼지고기 생강구이나 돈가스 덮밥, 일본식 짬뽕, 오키나와 소바 등을 먹을 수 있습니다. 일본식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이주하신 분이, 오키나와 소바는 산후안 이주지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콜로니아 오키나와 출신인 분이 만들고 계십니다. (사진은 히야시추카〔냉라면〕와 일본식 닭튀김 덮밥)
설날에는 이렇게 호화스러운 식사를 합니다. 식문화의 심오함을 이곳에 와서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볼리비아의 음식들도 생활의 일부입니다.
제가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사후안학교는 전일제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도시락을 가져오거나 주문해 먹습니다. 저도 브라질 출신 여성이 운영하는 도시락 가게에 주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맛있긴 하지만 탄수화물 중심의 메뉴로 칼로리가 높은 편입니다. 계속 주문해 먹었더니 금새 얼굴이 더 동그래져서 지금은 되도록이면 직접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이 새하얀 도시락이 배달되었을 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밑에 미트소스가 들어있어서 맛은 좋았습니다) 도시락과 함께 수제 레모네이드를 배달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더울 때는 정말 꿀맛입니다!
또 아침부터 한 시간 정도 걸려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9시 30분 쯤에 아침 식사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가벼운 식사와 음료가 나옵니다. 식사는 꾸냐뻬(치즈와 만디오카〔고구마와 비슷한 뿌리작물〕 가루로 만든 작은 빵)나 크래커, 판치토(작은 빵에 소시지를 끼운 음식) 등이며, 음료는 직접 만든 과일 주스나 코카차, 술타나차(커피콩 껍질을 우려 끓인 차) 등이 나옵니다.
그 외에도 엠빠나다 데 께소(얇은 반죽에 치즈를 넣어 튀긴 것), 마사꼬(바나나나 만디오카, 챠르케〔육포〕를 섞은 음식), 쏜소(만디오카와 치즈를 섞어 구운 음식) 등을 간식으로 먹습니다. 얼마 전 산후안 친구를 집에 초대했을 때에도 친구가 선물로 엠빠나다를 들고 왔습니다.
파티에서는 슈하스코(고기 등을 꼬챙이에 꽂아 숯불에 구운 음식), 아로스 꼰 께소(치즈가 들어간 죽)를 먹습니다. 그리고 하바네로 소스로 익힌 만디오카도 곁들입니다.(이 사진에서는 키누아 샐러드도 함께)
건강 식품도 많이 볼 수 있는데 키누아나 치아시드가 들어간 식품, 꿀이 들어간 제품들이 있습니다. 산타크루즈 등 도시로 나가면 비오숍(유기농 제품 취급점)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역시 아마존 지대라 그런지 기후가 좋아서 과일도 많이 나는데, 얼마 전까지 집 앞에 자몽이 열려 있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망고가 머리 위로 뚝뚝 떨어지고, 아차차이루(볼리비아 망고스틴)이나 오꼬로라는 감귤계 과일도 많이 열립니다.
볼리비아의 음식은 아주 맛있습니다. 저는 음식 이름의 발음도 왠지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아 귀여워서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