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필드노트(3) 히사마츠(久松) 방언과 시대의 변화 Fieldnotes 3 Miyako Island
원문: 일본어
원문 게시일: 2014년 3월 6일
번역자: rion
오늘은 히사마츠(久松)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짐을 꾸리고, 민박집에서 자전거를 빌려 바닷가로 향했다. 어제 만났던 할아버지께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바닷가는 파이카지(南風, 남쪽에서 부는 바람) 이야기를 해주신 할아버지가 계셨던, 어선이 늘어선 히사마츠 중심 어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다. 바닷가에는 어로에서 돌아온 듯한 작은 보트(레져 보트라고 했다) 옆에 할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4, 50대 남성 두 분이 그물을 펼치고 그물에 붙어있는 해초와 산호를 떼어내며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그 바로 옆, 어제 만났던 할아버지가 파도가 밀려드는 물가에서 생선 내장을 칼로 긁어내고 있었다. ‘오늘은 고기잡이 나가셨나봐요’라고 말을 건네자, 손을 바쁘게 움직이시며, 아니, 저 사람들한테 받았어, 라고. 할아버지는 묵묵히 4마리의 생선을 손질하며 바닷물에 생선을 씻어내고 있었다. ‘어떻게 드실거에요?’, ‘조림이 좋겠네’.
손질이 끝나자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생선을 준 두 남자분께 말을 거셨다. 이 때 나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히사마츠 방언을 들었다. ‘히사마츠 방언에 대해’ 미야코지마(宮古島) 사람들에게는 들어왔지만, 히사마츠 방언이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장면과 마주하자, 순간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다정한 어조. 부드러운 소리.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되어 간다. 일본 국내에서도 드물다는 ‘ん(※번역자주: 발음〔撥音〕. 앞의 모음과 함께 한 음절을 형성. 뒤에 오는 자음의 영향을 받아 [m], [n], [ŋ] 등으로 발음된다.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 한글로는 ‘은’ 또는 ‘응’으로 표기.)’으로 시작되는 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ん’은 아니었다. 머릿 속에서 새로운 소리의 울림이 맴돌았다.
할아버지는 ‘이 사람에게 물어보는게 좋아’라며 나를 소개해 주시고는 서둘러 생선을 들고 경트럭에 오르셨다. 멍하니 있던 나는 허둥대며 손을 흔들었다. 할아버지도 손을 흔들어주시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다. 사실 조금 더 할아버지의 히사마츠 방언을 듣고 싶었지만…
(할아버지라고 부르기엔 젊으신 분이기에) N씨는 나에게 ‘이 생선 들고 가실래?’라고 그 날 잡은 큰 생선을 주시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도쿄(東京)로 돌아가기 때문에 생선은 가져갈 수 없다. ‘마음만 받을게요’라고 하자, ‘냉동시키면 가져갈 수 있어. 미리 알았으면 냉동시켜 뒀을텐데’. 몇 번이나 가져가라고 말씀하신다.
N씨에게 내가 히사마츠의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는 것, 히사마츠 집락을 돌아다니며 어제 할아버지께 만난 것, 오늘은 할아버지께 만날 수 있을까해서 다시 왔다는 것을 말하자 ‘우린 이미 친구니까 다음에 오면 회를 떠줄게, 우리집으로 와’라고 말씀하셨다.
원래 타라마지마(多良間島) 출신인N씨는 지역 주민들이 전보다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어로에 나가자 않는 모습을 보고 ‘고기는 분명 있을테니까 바다로 나가자’라며 작은 레져 보트를 타고 어로를 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히사마츠의 젊은이들이 어로를 나갈 동지들을 모아, 요즘에는 그룹을 지어 바다에 나가고 있다며 기뻐하셨다. 실제로 나가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실천으로 옮긴 N씨의 행동이 히사마츠 젊은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헤어지면서 왜 할아버지께 생선을 나눠주신 거냐고 N씨에게 묻자, ‘고기를 독차지하면 안 돼. 용궁의 신이 보고 계시니까, 고기가 안 잡히게 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는 게 좋아’, ‘가끔 본토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나눠줘’. 용궁의 신은 어로와 함께 살아 있다. ‘용궁의 신은 살아계시는 군요’, ‘그럼, 다 지켜보고 계셔’.
히사마츠 방언은 하나의 집락에서 사용되는 언어이지만, 이 집락에서 길러온 문화, 풍토, 역사와 당연히 이어져있다. 히사마츠에 번성했던 어업의 종언(終焉)과 함께, 그리고 새롭게 히사마츠를 찾아온 다른 지역 사람들의 증가와 함께, 지역 전체에서 쓰이는 생활 언어로써의 입지는 사라졌다. 하지만 히사마츠 방언과 관련된 문화와 역사는 아직 어로와 관련된 사람들, 7, 80대 분들 사이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현재 히사마츠 방언을 사용하는 화자들과 그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쓰고 싶은 히사마츠 방언을 남겨가거나,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을 기억 속에 남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역의 학교나 노인회, 공민관 등이 전해가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히사마츠 방언은 축제, 쿠이차(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 전해지는 민요와 춤) 등 지역 문화와 관련된 어휘로 반드시 지역 사람들 안에 살아 남을 것이 분명하다. ‘구어(口語)’로 남을 수 있을지, 어느 정도 남길 수 있을지, 또는 이대로 사라져 갈 것인지. 히사마츠 방언의 변화(다이너미즘)와 따뜻한 집락의 사람들에게, 나는 앞으로도 만나러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