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사 여담(3) 한국과의 만남
원문: 일본어
원문 게시일: 2013년 12월 4일
번역자: rion
한국에는 최근 6년간, 일년에 한 번씩 조사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한 것은 1990년의 일이다.
1989년까지 나는 영국의 한 대학교에서 일본어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는 일본의 거품 경제가 관심을 끌고, 아시아가 주목받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내가 일하던 대학교도 일본 연구소를 확장하여 아시아 연구소를 설치하였고, 부전공으로 한국어가 도입되었다. 그러자 영어 화자인 학생들이 순식간에 한국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보고, 그 다음해, 한국어 습득 과정을 실제로 체험해보기 위해 한국어 초급 코스를 듣게 되었다.
한국어의 문자 ‘한글’의 읽기 쓰기는, 일본어를 모어로 하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습득이 제일 빨랐다. 이는 한자 어휘를 공유하고 있으며, 필순을 규칙에 따라 연습하며 배워온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어쩌면 알파벳을 쓰는 학생들과는 문자의 인식, 그리고 필순이라는 개념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음성에 관해서는 상황이 전혀 달랐는데, 회화는 영국과 홍콩 학생들을 전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10주밖에 배우지 않았던 한글이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남아 있지 않은 것은 슬라이드 사진을 보는 행위이다. 1990년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당시 직장이었던 인터네셔널 스쿨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분발하여 슬라이드 필름을 한장 한장 개별로 인화하여 보관하고 있다.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슬라이드를 보는 행위가 사라질 줄이야. (남겨진 것은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 쇼’라는 기능을 이용하여 한장 한장 보여주는 개념뿐이다.)
한국의 슬라이드 사진이 들어 있는 상자는 2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